매년 이맘때면 상담 자리에서 비슷한 말을 듣습니다. "올해는 인원이 줄었으니까 조금 낫지 않을까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만큼은 그 기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현장에서 직접 체감했습니다. 2027학년도 대입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변수들이 얽혀 있습니다.

9등급 마지막 수시, 재수가 더 이상 안전망이 아닌 이유
올해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 인원을 보면, 고3 재학생 수가 전년 황금돼지띠 학생들보다 확연히 줄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경쟁자가 줄었으니 합격선도 내려가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제가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니, 학생들의 분위기는 오히려 예년보다 무겁습니다. 그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재수라는 탈출구가 막혔기 때문입니다.
2028학년도 대입 전형 계획이 4월에 발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 중앙대, 경희대, 외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아주대 등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주요 대학들이 학생부 교과 전형에서 9등급 졸업생의 지원을 제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서 학생부 교과 전형이란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수시 전형을 말합니다.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는 이미 재학생 전용으로 운영해 왔는데, 이제 그 범위가 대폭 넓어진 것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5등급제 전환이 내년부터 시작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빠르게 주요 대학들이 9등급 졸업생 배제로 움직일 줄은 몰랐습니다. 재수를 하더라도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지원하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내년에 재수생이 경쟁해야 할 상대는 고교학점제를 적용받은 고2 학생들입니다.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고 일정 성취 기준을 충족해야 졸업이 인정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 아래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일반 고3보다 수강 과목 수가 약 1.4배 많고, 학교생활기록부 분량도 2~3장가량 더 두꺼워집니다. 평가할 재료 자체가 다른 겁니다.
올해 고3이 주목해야 할 재수 관련 핵심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성균관대, 한양대 등 주요 9개 대학이 교과 전형에서 9등급 졸업생 지원을 제한
-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고교학점제 이수자와의 서류 경쟁 불리
- 반수생(대학 재학 중 수능 재응시) 증가로 수시 초반 경쟁률 상승 예상
영어 1등급 4.13%가 던진 파문
올해 3월, 교육부는 작년에 어렵게 출제된 영어를 올해는 쉽게 조정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 발표를 들을 때 저는 "그러면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이 수월해지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란 수시 합격 이후에도 수능에서 일정 등급 이상을 받아야 최종 합격이 인정되는 조건을 말합니다.
그런데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영어 1등급 비율이 4.13%로 나왔습니다. 국어나 수학의 1등급 비율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영어는 절대평가 체제입니다. 절대평가란 다른 학생과의 상대적 비교 없이, 원점수 90점 이상이면 무조건 1등급을 받는 방식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모든 학생이 90점 이상을 받으면 전원 1등급이 됩니다. 그런데 그 절대평가에서 1등급 비율이 4%대라는 건 그만큼 시험이 어렵게 출제됐다는 뜻입니다.
제가 직접 6월 모의평가 문제를 살펴보니, 비문학 지문의 난도가 전년도보다 눈에 띄게 올라가 있었습니다. 이 결과는 출제기관과 교육부에 분명한 신호를 보냈을 것입니다. 9월 모의평가와 실제 수능에서는 더 쉽게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시각입니다(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문제는 영어가 쉬워지면 반드시 유리한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영어가 쉬워지면 더 많은 학생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합니다. 최저를 맞추는 인원이 늘면, 수시 합격선 자체가 올라갑니다. 안정 지원이라고 생각했던 대학이 갑자기 소신 지원처럼 돌변할 수 있습니다. 올해 학생들이 대체로 안정이나 적정 위주로 지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건 상당히 불편한 시나리오입니다.
화확런과 사탐런, 선택과목 쏠림의 역설
올해 전국연합학력평가와 6월 모의평가에서 눈에 띄는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국어에서 화법과 작문, 수학에서 확률과 통계를 동시에 선택한 학생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른바 화확런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매년 있었던 흐름인데, 올해는 그 정도가 예년보다 뚜렷합니다.
학생 입장에서 이해 못 할 선택은 아닙니다. 화법과 작문이 언어와 매체보다 쉽고, 확률과 통계가 미적분보다 부담이 덜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다릅니다. 표준점수란 개별 원점수를 전체 응시자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기준으로 변환한 점수입니다. 같은 원점수를 받더라도 언어와 매체, 미적분 선택자가 더 높은 표준점수를 받는 구조가 유지됩니다. 화확런을 선택한다고 이 역전 현상이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더 심각한 건 사탐런입니다. 이과 계열 학과를 목표로 하면서 수능에서는 사회탐구를 응시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올해가 탐구 선택 과목 체제의 마지막 해라는 점이 사탐런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실제로 모의고사 결과를 보면 사탐 응시자 수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고, 과학탐구 응시자는 상대적으로 줄었습니다(출처: 교육부).
저는 이게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구조적 유인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뒤집어 보면, 과탐을 끝까지 선택한 학생들에게 기회가 생기는 측면도 있습니다. 과탐 응시자 감소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률이 떨어지면, 합격선이 소폭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공존하는 국면입니다.
올해 입시에서 선택과목 관련 핵심 포인트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 화확런(화법과작문+확률과통계) 응시자 증가에도 표준점수 역전 구조는 해소되지 않음
- 사탐런 심화로 과탐 응시자 풀이 좁아지면서 실수 한 번이 치명적인 환경 조성
- 과탐 응시자 감소 → 최저 충족률 저하 → 합격선 하락 가능성이라는 기회 구조 동시 존재
결국 올해 수시는 외부 변수가 유독 많습니다. 영어 난도, 선택 과목 쏠림, 반수생 증가, 재수 불리함까지 겹쳐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건, 이 모든 변수를 다 쫓다가 정작 자신의 공부 페이스를 잃는 학생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9월 모의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게 최선입니다. 전략은 수시 원서 접수 직전에 한 번 정리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현장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입시 상담 조언이 아닙니다. 개별 상황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담임 교사나 입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