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신입생 10명 중 5명 이상이 N수생입니다. 저는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설마"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목격한 모습은 통계보다 훨씬 더 생생했습니다. 군복을 입은 채 모의고사장에 앉아있는 경식이, 그 옆에 줄지어 앉은 재수생과 삼수생들. 현역으로 의대에 가는 것이 '특별한 일'이 된 시대입니다.

N수생 비율 절반을 넘긴 의대, 숫자가 말하는 것
2024학년도 기준 전국 39개 의대 신입생 3,163명 중 54.4%, 즉 1,722명이 N수생입니다. N수생이란 수능을 두 번 이상 응시한 학생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한 번 이상 떨어진 뒤 다시 도전한 학생들이 의대 신입생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대학별 편차는 더 극단적입니다. 울산대 의대는 정시 등록자 중 N수생 비율이 100%에 달하고, 연세대 74.5%, 가톨릭대 67.6% 순입니다. 계명대(76.5%), 고신대(72.2%), 영남대(70.9%)처럼 지방 의대도 예외가 아닙니다. 제가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도 이 수치와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120명 중에서 현역이 대략 30명 정도였어요. 학번 순이 생일 순서라서 아래로 내려가면 갈수록 나이가 많은데, 와 진짜 현역이 적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한 학급 120명 중 현역은 30명, 나머지 75%가 N수생이라는 뜻입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현장 분위기는 이 수치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줬습니다. 개중에는 대학 졸업 후 입대까지 마친 군수생(軍修生), 즉 군 복무 중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5,058명에서 3,058명으로 2,000명 감소했습니다(출처: 교육부). 정원이 대폭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N수생은 8만8,698명에서 8만9,887명으로 오히려 늘었습니다.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이 시장 논리를 입시에 대입하면 경쟁 강도가 어떻게 될지, 조금만 생각해봐도 답이 나옵니다.
재수 총 비용 이것이 과연 맞는가?
2028학년도부터 대입 체계가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전환됩니다. 5등급제란 수능 성적을 다섯 단계로 구분해 대학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별력이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올해가 마지막 기회"라는 불안감이 N수생 증가에 불을 붙인 것입니다. 제 경험상 입시 제도 변화 앞에서 수험생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은 통계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의대 입시에서 N수를 선택할 때 현실적으로 따져봐야 할 핵심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재수 총비용: 대치동 기준 9개월 2,700~ 4,000만 원 (학원비 월 300~400만 원)
- 주거 비용: 학원 도보 5분 거리 원룸 월세 120~250만 원 (서울 평균 원룸의 34배)
- 기숙사형 재수학원: 전국 30여 곳, 조식 포함 월 150만 원 수준
- 정원 변화: 2026학년도 기준 2,000명 감소, 경쟁률 상향
대치동 쏠림과 지역 불평등, 어디서 태어났느냐가 문제다
강남 3구 출신이 의대 입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서울·경기·인천 소재 12개 의대 신입생 1,029명 중 강남·서초·송파 출신은 236명으로, 비율로 따지면 23.22%입니다. 신입생 5명 중 1명 이상이 강남 3구에서 온 셈입니다.
대학별로는 한양대 의대가 강남 3구 출신 비율 31.82%로 가장 높고, 서울대 의대도 23.91%에 달합니다(출처: 종로학원). 제가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식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대치동에서 자랐고, 고등학교가 의대를 많이 보내기로 유명한 학교"였다고 했을 때, 저는 그 한 문장에 담긴 구조적 의미를 한참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대입 사정관(입학사정관), 즉 학생의 교과 외 역량과 성장 과정을 종합 평가하는 입학 전형 담당자에게 유리한 스펙을 쌓아온 환경 자체가 강남 3구에 집중되어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강남 3구 출신 비율이 2021년 15.3%에서 2024년 12.17%로 소폭 감소했다는 점은 희망적인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지역 불평등이 완화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수도권 전체 의대 신입생 기준으로는 여전히 5명 중 1명 이상이 강남 3구 출신입니다.
재정력 격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진이가 "12월에 부모님이랑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여기 왔어요"라고 했을 때, 저는 그 이동에 담긴 비용을 생각했습니다. 서울에서의 거주 비용과 학원비를 9개월간 감당하려면 가구 전체가 움직여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재정적 진입 장벽을 넘을 수 있는 가정이 얼마나 될지, 솔직히 저는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N수가 의대 입시의 정상 코스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고3 수험생들에게 주는 심리적 부담도 간과하기 어렵습니다. "어차피 한 번 더 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학업 의지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는 정신건강과도 직결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분위기가 퍼지면 현역 수험생들이 처음부터 '재수를 기본값'으로 깔고 시작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결국 의대 입시는 성적만의 경쟁이 아닙니다. 어디서 자랐는지, 재수를 감당할 재정이 있는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를 동시에 묻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현역으로 도전한다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유리한 타이밍이라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N수가 정상화됐다는 말은 재수가 쉽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뜻입니다. 4,000만 원의 비용과 1년의 시간을 투자하기 전에 본인의 상황을 냉정하게 점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입시 상담 조언이 아닙니다. 개인별 상황에 따라 전문 입시 상담 기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