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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현재 재수의 민낯 (재수 경제학, 군수생, 계층 이동)

by eduplaning 2026. 9. 20.

노력만 하면 누구나 의대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을 들여다보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군복을 입고 수능 문제집을 펼치는 스물두 살, 새벽 5시 반에 편의점 문을 열고 낮에는 도서관으로 달려가는 재수생. 이들의 이야기가 지금 한국 입시의 실제 얼굴입니다.

재수의 민낯

재수 경제학: 같은 시험, 다른 출발선

재수를 결심하는 순간부터 경제력의 격차가 성적 격차보다 먼저 벌어집니다. 대치동 입시학원에서 9개월을 보내면 숙소비 포함 약 3,500만~4,000만 원이 소요됩니다. 반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순주는 새벽 5시 반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 월급으로 월세와 밥값을 해결한 뒤 남은 시간에 도서관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습니다.

여기서 재수 경제학이란 수험생 개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금액과 환경의 차이가 입시 결과에 구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단순히 "돈이 있으면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이 상황을 직접 관찰하면서 느낀 건, 투자 금액의 차이가 곧 공부 시간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순주처럼 체력을 소모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수험생은 하루 5시간 내외의 학습 시간도 확보하기 버겁습니다. 반면 경제적 지원을 받는 수험생은 하루 9시간 이상을 순수하게 학습에 쏟을 수 있습니다.

2024학년도 의약학 계열 입시에서 N수생(두 번 이상 수능을 본 수험생) 비율이 80%를 넘었다는 사실은 이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재정 여력이 있는 가정일수록 재수를 감행하기 쉽고, 그 결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재정이 부족한 수험생도 "안 하면 뒤처진다"는 압박을 받게 됩니다.

군수생의 제도적 모순

경식이는 대학교 1학년을 마친 뒤 입대했습니다. 그는 군 복무 중에 수능을 다시 준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약대 또는 한의대가 목표입니다. 형이 고려대학교에서 "취업이 안 된다"는 현실을 먼저 겪었고, 그 말 한마디가 진로를 바꿨습니다.

군수생이란 현역 군 복무 중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가리킵니다. 한 생활관에 6명이 함께 생활하고, 훈련 일정과 외출 제한이 일상인 환경에서 수능을 준비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리합니다. 그럼에도 경식이는 휴가나 외출이 나올 때마다 학원 독서실을 찾았습니다. "혼자 방을 쓴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건 줄 몰랐다"는 그의 말이 지금도 머릿속에 남습니다.

군수생이 증가하는 현상은 "현역으로 합격해도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결과입니다. 제가 보기엔 이게 단순한 개인의 욕심이 아닙니다. 전문직 자격을 갖추지 못하면 취업 시장에서 불리하다는 냉정한 계산이 스물두 살의 청년을 군복 차림으로 수능 문제집 앞에 앉게 만드는 것입니다.

경식이의 심리 상태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결과에 대한 태도였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 어떻든 좋은 기억이 될 것 같고, 실패하면 너무 슬플 것 같다"는 말. 이 말 속에는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짊어진 사람의 무게감이 담겨 있었습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 실제로 작동하고 있습니까

순주가 던진 질문이 저는 오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수능과 대학 진학이 여전히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기능하는가, 아니면 그 사다리에 오르기 위해 이미 가진 것을 모두 소진해야 하는 소모전인가.

계층 이동 가능성(Social Mobility)이란 개인이 태어난 사회·경제적 환경을 벗어나 더 나은 위치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한국에서 수능은 오랫동안 이 가능성을 상징하는 제도였습니다. 누구나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믿음. 그런데 제가 실제 사례들을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그 믿음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는 것입니다.

OECD가 발표한 교육 기회 형평성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교육 투자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 가정 소득 수준이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OECD). 같은 수능 한 장을 놓고 경쟁하지만, 그 경쟁에 도달하기까지 투입된 자원의 격차는 이미 상당합니다.

현실에서 이 구조가 낳는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재정 여력이 있는 가정의 수험생이 재수를 반복하면서 상위권 점수가 인플레이션처럼 올라갑니다.
  • 재정이 부족한 수험생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재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됩니다.
  • 결과적으로 경쟁 자체는 심화되고, 그 비용은 모든 참여자가 함께 치르게 됩니다.

순주가 새벽 편의점으로 나가는 것은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 선택지 자체가 매우 좁게 설계된 구조의 산물입니다.

이 구조 안에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이 구조 안에서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문제를 바라보면서 두 가지 방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는 정보 접근성의 격차를 줄이는 것입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공유되는 입시 전략, 문항 분석, 학습 방법론은 상당 부분 인터넷 강의와 커뮤니티를 통해 접근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능 EBS 연계율(수능 문항 중 EBS 교재와 연계되는 비율)은 50% 수준으로, 교재 비용만 부담하면 핵심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습니다. 여기서 연계율이란 수능 출제 문항이 공교육 교재인 EBS와 겹치는 비율을 의미하며, 사교육 없이도 공부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두 번째는 심리적 귀인 오류를 경계하는 것입니다. 귀인 오류란 결과의 원인을 지나치게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으로만 돌리는 심리적 편향을 말합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위험합니다. 구조적 불평등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도, 실패를 "내가 부족했다"는 자책으로만 처리하면 회복이 더뎌집니다. 경식이가 "결과가 나쁘면 너무 슬플 것 같다"고 말했을 때, 저는 그 슬픔이 개인의 것이기 이전에 구조가 개인에게 전가한 무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실적인 대응 방향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사교육비 지출 계획을 세우기 전에 공교육·인터넷 강의로 커버 가능한 범위를 먼저 파악합니다.
  2. 재수 기간의 생활 환경이 학습 시간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비용과 환경의 균형점을 현실적으로 계산합니다.
  3. 결과가 어떻든 그 과정을 개인의 노력 문제로만 해석하지 않습니다. 구조적 요인을 인식해야 다음 선택을 더 냉정하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이야기를 들여다보면서 "노력하면 된다"는 말이 얼마나 무겁게 작동하는지 다시 느꼈습니다. 경식이도, 순주도 노력을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구조가 허락하는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지금 입시를 준비 중이라면, 본인의 환경과 자원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 위에서 현실적인 전략을 짜는 것이 자책보다 훨씬 실용적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입시 컨설팅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e5_7QKSA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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